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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동 & 문제 행동

아이가 자꾸 “싫어!”만 외칠 때

by 아이마음 통역사 2026. 1. 16.

 

제1 반항기의 심리학과 부모의 언어 전략

어느 날부터인가 천사 같던 아이가 무엇을 제안해도 “싫어!”라고 대답하기 시작합니다. 밥을 먹자고 해도 싫어, 옷을 입자고 해도 싫어, 심지어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겠다고 해도 일단 “싫어!”부터 외칩니다. 이 모습을 반복해서 마주하다 보면 부모는 당혹감을 넘어 분노와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말 안 듣지?”, “일부러 나를 거부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동 발달 심리학에서는 이 시기를 ‘제1 반항기’ 혹은 자율성의 탄생기라고 부릅니다. 즉, 아이의 “싫어”는 문제 행동이 아니라 성장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오늘은 아이의 입에 붙은 이 한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부모가 어떤 언어 전략으로 대응해야 아이의 자존감을 지키면서도 일상을 안정시킬 수 있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바다를 배경으로 엄마와 6살 여자아이가 손을 들어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는 따뜻한 모습


1. “싫어!”라는 말에 담긴 세 가지 심리적 의미

아이의 “싫어”는 성인의 거절과 전혀 다릅니다. 이 단어 하나에 아이의 발달 과제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① 독립적 자아의 선언

생후 약 18개월에서 36개월 사이의 아이는 자신이 부모와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 아이에게 “싫어”는 단순한 거부가 아니라
**“나는 내 마음이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라는 자기 선언입니다.
부모를 거스르려는 의도가 아니라, 자기 주도성을 연습하는 과정입니다.


② 인지·언어 능력의 한계

아이의 마음속에는 “지금은 이걸 하기 싫고, 조금 있다가 하고 싶다” 같은 복잡한 감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문장으로 설명할 언어 능력은 아직 부족합니다. 아이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단순한 표현이 바로 “싫어”입니다.
뇌 발달 측면에서도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이를 조절하는 전두엽은 아직 미성숙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감정을 정리하기보다 즉각적으로 내뱉게 됩니다.


③ 통제권을 시험하는 행동

아이들은 “싫어”를 말했을 때 부모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유심히 관찰합니다. 부모가 당황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아이는 이 단어가 상황을 뒤흔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학습합니다. 반대로 일관된 반응을 경험하면, 아이는 사회적 한계와 규칙을 서서히 이해하게 됩니다.


2. 기질에 따라 다른 “싫어”의 모습

모든 아이가 “싫어”를 말하지만, 그 강도와 지속 시간은 기질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아이는 자신의 흥미가 방해받을 때 즉각적이고 강한 거절을 보입니다.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표현도 격렬합니다.
  •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제안이나 변화가 두려워 “싫어”로 방어합니다. 이 경우 “싫어”는 “무서워요”에 가깝습니다.
  • 인내력이 높은 아이는 몰입 중인 활동을 중단하라는 요구에 특히 강한 저항을 보입니다. 한 번 시작된 거절이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면, 반복되는 “싫어”가 덜 개인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3. 부모의 감정을 지키는 실전 언어 전략

“안 돼” 대신 이렇게 말해보세요

아이의 “싫어”에 “왜 안 돼!”로 맞서면 곧바로 힘겨루기로 이어집니다. 다음 전략을 적용해 보세요.

① 제한된 선택권 주기

“옷 입자” 대신
“파란 옷 입을래, 노란 옷 입을래?”라고 말해보세요.
아이의 뇌는 거절이 아니라 선택에 집중하게 됩니다.


② 거절을 먼저 인정하기

아이가 “싫어!”라고 외칠 때
“아, 지금은 하기 싫구나. 더 놀고 싶었구나.”라고 감정을 먼저 읽어주세요.
감정이 수용되면 아이의 방어는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③ 놀이로 전환하기

아이들은 재미 앞에서 거절을 잊습니다.
“양치하자” 대신 “치약 거품 누가 더 크게 만들까?”처럼 상황을 놀이로 바꿔보세요.


④ ‘안 돼’ 사용 빈도 점검하기

부모가 평소 부정어를 많이 사용할수록, 아이도 거절 언어를 더 자주 사용합니다.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의 자율성을 조금 더 허용해 주세요.


4.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부모의 태도

제1 반항기는 아이의 성격이 굳어지는 시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의 뿌리가 만들어지는 시기입니다. 이때 부모가 아이의 의사를 무조건 억누르면, 아이는 순종 대신 위축을 배우게 됩니다. 반대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되 한계를 분명히 하면, 아이는 협력이라는 사회적 기술을 배웁니다.


5. 결론

“싫어”는 아이가 잘 자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모를 가장 지치게 만드는 아이의 “싫어!”라는 외침은, 역설적으로 아이가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입니다. 이 시기를 힘으로 누르거나 포기하지 않고,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며 선택의 경험을 제공한다면 아이는 자율성과 자기 신뢰라는 중요한 자산을 얻게 됩니다.

오늘 아이가 또다시 “싫어!”라고 외친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가 자기 생각을 가질 만큼 컸구나.”

부모의 지혜로운 언어 선택이 아이의 거절을 협력의 언어로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당신의 인내와 일관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의 건강한 자아를 단단히 빚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