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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행동 & 문제 행동

또래보다 산만해 보이는 아이

by 아이마음 통역사 2026. 1. 21.

단순한 에너지 과잉일까, 집중력의 미성숙일까?

유치원 공개 수업이나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볼 때, 유독 우리 아이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 마음이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으로부터 “수업 시간에 집중을 잘 못 하고 주변을 자주 살핀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부모의 가슴은 덜컥 내려앉습니다.

‘혹시 ADHD는 아닐까?’
‘내가 너무 자유롭게만 키운 건 아닐까?’

이런 걱정은 자연스럽지만, 아이의 산만함을 너무 빠르게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경우 아이의 산만함은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 과정과 기질, 그리고 환경 자극이 맞물려 나타나는 정상적인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또래보다 산만해 보이는 아이의 행동을 뇌 과학과 기질의 관점에서 차분히 해부하고, 집중력이라는 근육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카페테리아에서 아빠는 느낌표 팻말을 들고 8살 남자아이는 물음표 팻말을 들고 마주 보며 웃고 있는 따뜻한 모습


1. 아이의 산만함은 ‘버릇’이 아니라 ‘뇌의 성장 신호’입니다

부모가 느끼는 산만함의 상당 부분은 아이의 뇌가 아직 정리 정돈 중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억제 조절 능력의 미성숙

뇌의 지휘본부인 전두엽은 수많은 자극 중 중요한 것만 골라 집중하고, 나머지는 걸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억제 조절 능력은 만 7세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발달합니다. 즉, 어린아이에게는 교실의 작은 소리, 친구의 움직임, 창밖 풍경이 모두 ‘동등하게 중요한 정보’로 들어옵니다. 주변을 살피고 반응하는 것은 뇌 과학적으로 매우 정상적인 상태입니다.

호기심이 강한 뇌의 특성

산만해 보이는 아이는 뒤집어 보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매우 풍부한 아이입니다. 이 아이들에게 가만히 앉아 한 가지 활동만 하는 일은, 세상에 흩어진 흥미로운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신체를 통해 각성되는 아이들

어떤 아이들은 몸을 움직여야 뇌가 깨어납니다. 전정 감각이나 고유수용성 감각이 둔감한 경우, 스스로 뛰거나 흔들며 각성 수준을 유지하려 합니다. 이 움직임은 집중을 방해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조절 전략일 수 있습니다.


2. 또래보다 산만해 보이는 아이들의 핵심 기질

산만함은 아이의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이유에서 나타납니다.

자극 추구(NS)가 높은 아이

새로운 자극에 즉각 반응하고 지루함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한 활동에 오래 머무르기보다 이것저것 탐색하며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겉보기에 매우 산만해 보일 수 있습니다.

인내력(P)이 낮은 아이

과제가 조금만 어려워지거나 흥미가 떨어지면 주의를 유지하기 힘듭니다. 끝까지 완수하는 힘이 약해 보이지만, 이는 ‘의지 부족’이 아니라 기질적 특성입니다.

감각 처리가 예민한 아이

작은 소리, 스치는 옷의 촉감, 친구의 움직임까지 모두 크게 인식합니다. 이 아이들의 산만함은 에너지가 넘쳐서가 아니라, 자극이 너무 많아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ADHD와 단순 산만함, 무엇이 다를까?

많은 부모가 걱정하는 ADHD는 ‘산만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 가지 기준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 지속성: 집, 유치원, 학원 등 모든 환경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가
  • 기능 저하: 또래 관계, 학습, 일상생활이 지속적으로 무너지는가
  • 충동성: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거나 위험한 행동이 반복되는가

특정 상황에서만 산만하거나,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면 대부분은 발달 과정 안에서 충분히 조절 가능합니다.


4. 산만한 아이를 위한 ‘집중력 근육’ 키우기

① 환경부터 단순하게

책상과 놀이 공간에 자극이 많을수록 아이의 뇌는 계속 반응해야 합니다. 시각적·청각적 자극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집중 시간은 눈에 띄게 늘어납니다.

② 짧고 명확한 목표 설정

“30분 집중해”보다 “5분만 해보자”가 훨씬 효과적입니다. 타이머를 활용해 끝이 보이게 하면 아이의 불안이 줄고 집중이 쉬워집니다.

③ 에너지는 먼저 써야 집중이 됩니다

정적인 활동 전에는 충분히 몸을 움직이게 하세요. 뛰기, 밀기, 무거운 물건 옮기기 같은 활동은 아이의 각성 수준을 조절해 주는 중요한 준비 단계입니다.


5. 결론: 산만함은 고쳐야 할 결함이 아니라 다듬어야 할 방향입니다

산만해 보이는 아이는 세상을 향해 열린 안테나를 가진 아이일 가능성이 큽니다. 부모가 이를 ‘문제’로 규정하고 억누르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신의 에너지를 부끄러워하게 되고 자존감이 손상됩니다.

지금은 이리저리 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기질에 맞는 환경과 기다림이 더해지면 그 산만함은 훗날 민첩함, 창의성, 빠른 적응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오늘 아이가 가만히 있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말해 주세요.
“우리 ○○이는 궁금한 게 정말 많구나. 뭘 발견했는지 엄마한테도 알려줄래?”

그 한마디가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는 가장 안전하고 강력한 출발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