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가 ‘폭풍 성장’ 중이라는 증거
순하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 작은 일에도 바닥에 주저앉아 울거나,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로 소리를 지르며 떼를 쓰기 시작하면 부모는 크게 당황합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이 성격이 갑자기 변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죠. 하지만 아이의 떼쓰기가 갑자기 심해졌다면, 그 이면에는 매우 타당한 심리학적·생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떼쓰기는 단순한 고집이 아닙니다. 이는 자신의 발달 속도를 아직 감당하지 못해 보내는 **‘성장통의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 글에서는 평온하던 일상을 흔드는 갑작스러운 떼쓰기의 원인을 세 가지 핵심 관점으로 정리하고, 부모가 지금 무엇을 해주면 좋은지까지 연결해 보겠습니다.

1. 뇌 과학적 이유: 감정의 뇌가 앞서 달릴 때 생기는 불균형
아이의 뇌는 부위마다 성장 속도가 다릅니다. 갑작스러운 떼쓰기는 이 성장의 ‘시차’에서 비롯됩니다.
먼저 **변연계(감정의 뇌)**가 급격히 강해집니다. 대략 생후 18개월부터 36개월 전후, 아이는 느끼는 감정과 욕구의 스펙트럼이 폭발적으로 확장됩니다.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피하고 싶은 것도 한꺼번에 늘어납니다.
반면 **전두엽(조절의 뇌)**은 이제 막 발달을 시작한 단계입니다. “기다려야 해”, “참아야 해”라는 자기 조절 능력은 아직 미숙합니다. 즉, 욕구는 시속 100km로 질주하는데 브레이크는 시속 1km 수준인 셈이죠.
이 불균형이 심해질 때 아이의 뇌에는 감정의 홍수가 일어납니다.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과부하 상태에 빠지며, 우리가 흔히 보는 자지러지는 울음과 바닥에 주저앉는 행동, 즉 **Temper Tantrum(격렬한 떼쓰기)**로 표출됩니다.
2. 발달 심리학적 이유: 자율성과 의존성이 충돌하는 ‘재접근기’
발달 심리학자 마가렛 말러는 이 시기를 **재접근기(Rapprochement)**라고 불렀습니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두 가지 상반된 욕구가 동시에 커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아이는 “나 혼자 할 수 있어!”, “내가 결정할 거야!”라며 독립을 갈망합니다. 걷고, 만지고,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자율성을 시험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는 세상이 여전히 낯설고 두렵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막상 혼자 해보려니 불안하고, 부모의 보호와 도움이 절실해집니다. 이때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혼자 하고 싶어!”와 “도와줘, 무서워!”가 정면 충돌합니다.
이 내적 갈등을 언어로 풀어낼 능력이 아직 부족한 아이는,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대상인 부모에게 떼를 쓰며 감정을 쏟아냅니다. 부모에게만 심하게 떼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기질적 이유: 변화와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
같은 시기라도 떼쓰기의 강도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아이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려는 욕구가 강해 제지를 받는 순간 강하게 반발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떼의 에너지도 큽니다.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아이는 환경의 변화에 민감합니다. 이사, 어린이집 입소, 부모의 태도 변화처럼 작은 변동에도 불안을 느끼고, 이를 떼쓰기로 표현하며 “괜찮은지 확인”하려 합니다.
감각 처리가 예민한 아이는 배고픔, 졸림, 소음, 옷의 촉감 같은 신체적 불편을 성인보다 훨씬 크게 느낍니다. 표현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불편이 누적되면 떼쓰기가 폭발합니다.
4. 갑자기 심해진 떼쓰기,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① 감정은 수용하고, 행동은 제한하세요
“울지 마!”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먼저 “하고 싶어서 많이 속상했구나”라고 감정을 읽어주세요. 다만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때리는 행동에는 단호하게 한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② ‘HALT’ 상태를 먼저 점검하세요
아이의 떼쓰기가 갑자기 심해졌다면 배고픔(Hungry), 불안·분노(Angry/Anxious), 외로움(Lonely), 피로(Tired)를 먼저 확인하세요. 많은 경우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떼쓰기의 상당 부분이 완화됩니다.
③ 말보다 ‘함께 있음’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격렬하게 울 때는 어떤 설명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치지 않게 보호하며 곁에 조용히 있어 주세요. 부모의 안정된 존재감 자체가 아이의 뇌를 진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신호입니다.
5. 결론: 떼쓰기는 아이의 ‘독립 선언문’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떼를 심하게 쓰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양육의 실패가 아니라 발달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이는 지금 “이제 내 생각이 생겼어요”라고 세상에 알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 시기의 떼쓰기를 감정 수용과 일관된 한계로 잘 안내해 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 타협하는 법을 배웁니다. 부모는 지금 아이와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자아 형성이라는 큰 공사를 돕고 있습니다.
오늘 아이의 울음소리 뒤에 숨은 메시지를 떠올려 보세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어요. 도와주세요.”
그 신호를 읽어주는 순간, 떼쓰기는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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