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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심리학

[아동심리학 리포트 #11]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 단계: "착한 아이"를 넘어 "정의로운 아이"로

by 아이마음 통역사 2025. 12. 29.

"우리 아이는 제가 보는 앞에서는 말을 잘 듣는데, 안 보일 때는 친구를 괴롭혀요.", "동생이랑 싸우고 나서 사과하라고 하면 '왜 내가 먼저 해야 해?'라고 따지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하죠?"

부모님들이 아이를 키우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도덕성'**입니다. 하지만 도덕성은 단순히 어른의 말을 잘 듣는 순종이 아닙니다. 도덕 심리학의 거장 **로렌스 콜버그(Lawrence Kohlberg)**는 도덕성이란 '무엇이 옳은가'를 스스로 판단하는 논리적 추론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의 양심이 어떤 단계를 거쳐 성장하는지 깊이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1.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란? "왜 그렇게 행동했니?"

콜버그는 아이들에게 '하인즈의 딜레마(아픈 아내를 위해 약을 훔친 남편의 이야기)'와 같은 도덕적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그들이 내린 결론보다 **'그 결론에 도달한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도덕성은 3수준 6단계로 발달하며, 아이는 자신의 인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더 높은 단계의 도덕적 판단을 하게 됩니다.


2. [수준 1] 인습 이전 수준 (Pre-conventional Level, 0~9세)

"벌 받기 싫어서, 혹은 이익을 위해서"

이 단계의 아이들은 사회적 규칙이나 관습보다는 자신에게 돌아오는 직접적인 결과에 집중합니다.

  • 1단계: 처벌과 복종 지향 "엄마한테 혼나니까 하면 안 돼."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처벌'에 있습니다.
  • 2단계: 개인적 보상 지향 (상호 호혜성) "내가 동생을 도와주면 엄마가 사탕을 주겠지?" 혹은 "친구가 나를 때렸으니까 나도 때려도 돼."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이익과 공평한 교환이 기준입니다.
  • 통역사 Tip: 초등 저학년까지는 이 단계에 머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때는 무조건 혼내기보다 규칙이 왜 필요한지 조금씩 설명해 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3. [수준 2] 인습 수준 (Conventional Level, 9~20세)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법이니까"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계입니다. 대부분의 성인도 이 단계에 머무릅니다.

  • 3단계: 착한 소년/소녀 지향 (대인관계 조화) "사람들이 나를 착한 아이로 봐줬으면 좋겠어." 타인의 승인과 평판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 4단계: 법과 질서 준수 지향 "법은 사회적 약속이니까 예외 없이 지켜야 해." 사회 전체의 질서와 규범을 중시합니다.
  • 통역사 Tip: "친구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겠니?"라는 질문이 먹히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너무 타인의 시선만 강조하면 주체적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4. [수준 3] 인습 이후 수준 (Post-conventional Level, 성인기 이후)

"보편적인 정의와 양심을 위하여"

법이나 관습을 넘어 스스로 선택한 도덕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단계입니다.

  • 5단계: 사회 계약 지향 "법이 다수의 행복을 해친다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바꿀 수도 있어." 법의 유연성을 인정합니다.
  • 6단계: 보편적 윤리 원칙 지향 "법 이전에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이 최우선이야."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인류 보편의 가치를 위해 행동하는 단계입니다.

5. 우리 아이 도덕성 근육을 키우는 부모의 '비계 설정'

도덕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1. "만약에" 질문 던지기: "만약 세상에 경찰관이 없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같은 질문으로 규칙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세요.
  2. 부모의 솔선수범: 횡단보도를 무단횡단하면서 아이에게 "차 조심해, 법 지켜"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도덕성을 배웁니다.
  3. 결과보다 '동기' 읽어주기: 아이가 실수로 컵을 깼을 때, "비싼 건데 조심 좀 하지!"라고 처벌(1단계)을 강조하기보다, "도와주려다 그랬구나. 그 마음은 예쁘지만 다음엔 조심하자"라고 동기를 먼저 인정해 주세요.
  4. 역할 채택 기술(Role-taking) 키워주기: "네가 친구라면 기분이 어떨까?"라는 질문을 통해 타인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게 하세요.

6. 자주 묻는 질문 (FAQ) - 우리 아이 인성 고민

Q1. 우리 아이는 거짓말을 너무 자주 해요.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A. 전조작기(2~7세) 아이들의 거짓말은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처벌을 피하려는 본능적인 반응(1단계)일 때가 많습니다. 무섭게 다그치기보다 "솔직하게 말해주면 엄마가 문제를 해결하는 걸 도와줄게"라고 안심시켜 주는 것이 도덕성 발달에 더 도움이 됩니다.

Q2. 도덕성 단계는 무조건 나이에 따라 올라가나요? A. 아닙니다. 인지 능력이 충분히 발달해야 도덕적 추론도 가능해집니다. 피아제가 말한 '형식적 조작기'가 되어야 추상적인 정의를 논할 수 있죠. 하지만 환경적인 자극이 없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2~3단계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7. 마치며: 도덕성은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진정으로 도덕적인 아이는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선택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고 대인관계에서도 깊은 신뢰를 얻습니다.

부모님의 역할은 아이에게 "착하게 살아라"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 뉴스를 보며 토론하고, 일상의 작은 갈등 속에서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는 **'도덕적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입니다.